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유리문 안에서’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죽음은 삶보다 고귀하다” 요즘은 이런 말들이 끊임없이 내 가슴속을 오간다. 그러나 이렇게 지금의 나는 살아있다. 나의 부모님, 조부모님, 증조부모님, 그리고 순차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백년, 이백년, 내지 천만년 동안 순치된 습관을 일대에서 해탈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이 삶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긴 봄날의 소풍(현암사) 226쪽책 ‘구멍’을 읽으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글이 떠오른 것은 ‘구멍’의 주인공인 소년 스탠리도 소세키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Previous image Next image 루이스 사커(Louis Sachar, 1954~)의 작품입니다. <구동이>(1998)의 주인공 소년 스탠리는 유명 운동선수의 운동화를 훔쳤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초록호수 캠프’라는 곳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합니다. 거기서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파요.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스탠리뿐만 아니라 스탠리의 고조부, 증조부의 이야기로 종횡무진하다 결국 스탠리가 지금 억울하게 굴을 파게 된 것이 단지 스탠리의 잘못 때문만이 아니라 고조부 때부터의 얽히고 설킨 사건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고조부 엘리아가 마담 제로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이라는 걸. 마담 제로니는 만약 엘리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엘리아와 그 후손들은 영원히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 49쪽우리는 누구도 혈관의 영향력에서 100% 자유롭지 못합니다. 생김새나 성격뿐만 아니라 집안 분위기, 사고방식까지도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습니다. 스탠리 또한 무려 4대 차이가 나는 고조부의 잘못이 자신에게 고스란히 끼친 것에 대해 화가 나고 원망할 만합니다. 하지만 고조부와 마담 제로니의 인연은 스탠리 대에 와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냅니다. 함께 굴을 파서 알게 된 마담 제로니의 후손 ‘제로’를 만난 것입니다. 고조부에게 마담 제로니가 저주를 퍼부었다면 스탠리에게 제로는 축복을 주었습니다. ‘고백’을 하니 마음의 짐이 조금 줄었는지 굳어 있던 제로의 얼굴 근육이 풀렸다.젤로는 잠이 들었고, 스탠리는 옆에 앉아 집안 대대로의 노래를 조용히 불러주었다.책 248쪽고조부 때문에 자손에게 걸린 저주를 스탠리가 끊었어요.노란 반점이 있는 도마뱀은 이야기 중 모든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조상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매일 살아갑니다. 그리고 매일 하나씩 구멍을 파고 갑니다. 구덩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심지어 왜 구덩이를 파야 하는지 우리는 항상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구덩이를 팔 수밖에 없고, 그것을 저주로 생각할지 축복으로 생각할지는 우리의 의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행복을 느낀 때가 언제였는지 스탠리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초록호수 캠프에 보내진 것 외에도 스탠리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 적은 많았다.학교에서도 불행했다. 친구도 없었고 데릭 던 같은 놈들이 괴롭히기만 했다. 아무도 스탠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스탠리(スタンリー自身も、) 자신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다.이제 스탠리는 자신을 좋아했다.스탠리(スタンリーは思った狂った)는 미쳤지 않을까 생각했다.책 263쪽나는 내가 가진 바통에 이왕이면 축복의 주문을 가득 넣고 나를 이어 구멍을 팔주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영화도 좋다지만 저는 그저 책을 읽으면서 품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으려고 해요.영화도 좋다지만 저는 그저 책을 읽으면서 품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으려고 해요.